영화 문라이즈 킹덤
12세 소년, 소녀의 꿈같은 로맨스
1965년 9월 펜잔스 섬에서 '샘 샤커스키'(이하 샘)라는 12세 소년이 실종됩니다.
샘은 카키 스카우트를 탈퇴하겠으며 자신이 떠나면 나머지 대원들이 기뻐할 거라는 쪽지를 남겼고 카키 스카우트 아이반호 캠프 대장인 '랜디 워드'가 이를 발견하고 섬 경찰서의 샤프 소장에게 알리게 됩니다.
샤프 소장은 샘의 부모에게 샘의 실종을 알리기 위해 연락하고 샘이 위탁 가정에서 자라고 있고 샘의 친부모는 몇 년 전 죽었으며 현재 키우고 있는 양부모도 샘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한편 섬의 반대편 마을에서도 '수지 비숍'(이하 수지)이라는 12세 소녀가 실종되고 수지의 엄마는 수지와 샘이 주고받은 편지들을 발견하게 되고 함께 떠나자는 글을 보게 됩니다.
샘과 수지는 사실 1년 전 교회 연극에서 만나 펜팔을 통해 자신들의 긴밀한 이야기를 하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고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도피 행각을 벌인 것이었습니다.
둘은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잡힐 위기를 벗어나 둘만의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첫 키스도 하는 등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둘은 발각되어 수지는 부모님에게 잡혀가고 양부모에게 사실상 버림받은 샘은 고아원에 보내지거나 불안정한 심리상태 때문에 시설치료나 전기충격요법에 적합한지에 대한 심리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에 샘은 탈출을 감행하고 불쌍한 샘을 돕기로 마음을 바꾼 스카우트 대원들은 샘의 도주를 돕기 시작하고 수지 역시 샘을 만나기 위해 집을 탈출하고 샘을 만나게 됩니다. 둘은 한 스카우트 대원의 도움으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되고 배를 타고 떠나려 했으나 수지가 놓고 온 망원경을 되찾는 과정에서 샘과 한 대원이 싸움이 붙어 다시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폭풍우를 동반한 악천후 속에서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 둘은 결국 어른들에게 다시 잡히게 되면서 수지는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되고 샘은 자신을 입양하겠다는 보안관 샤프의 양아들로서 삶을 살게 됩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시각적 연출
이 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로도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아름다운 영상미와 시각적 연출로서 유감없이 드러내는 유명한 감독입니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좌우 대칭의 공간 활용과 앤티크 하면서 빈티지스러운 집 내부 컬러로 조화를 이룬 미장센과 벤자민 브리튼의 오케스트라 연주곡까지 그의 연출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장면장면마다 나타나는 의상과 배경, 구도의 조화를 통해 그만의 색채감과 구도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영화 전체적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의 베이식한 컬러의 유니폼과 빈티지 필터가 적용된 듯한 영화의 색감은 바다와 숲 속 등의 야외 배경과 어우러질 때 따스하고 설레는 어느 봄, 여름 캠핑 같은 생동감 있는 느낌을 주고 여기에 드라마틱하고 동화 같은 12세 소년, 소녀의 사랑의 도피라는 주제와 어우러져 더욱 꿈같고 동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로서 우리가 캠핑을 가진 않았지만 마치 캠핑을 간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의 도피를 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또힌 수지와 샘이 집을 나오며 챙겨 온 그들의 소중한 물건들도 시각적 표현을 넘어 문화적 감성을 느끼게 해 줍니다. 에필로그에서도 예쁜 알파벳 폰트와 사진들과 함께 경쾌한 관현악 조곡을 들려주며 그만의 예술적 감성을 잘 나타냅니다.
결핍과 소중한 것들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이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이혼 때문인지 샘과 수지를 둘러싼 불안한 가정의 모습과 철없고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외로웠던 두 주인공이 펜팔을 통해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고 함께 지긋지긋한 현실을 피해 도망쳐 서로 알아가고 귀여운 추억을 쌓으며 자신들만의 문라이즈 킹덤을 잠시나마 찾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감독이 염원하고 꿈꾸었을지도 모를 동화 같은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수지와 샘이 자신의 애장품들을 소개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은 인상 깊었고 제 마음속에도 샘과 수지처럼 일탈과 교감, 즐거운 추억을 쌓고 싶은 소망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둘은 나름의 결혼식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세상 속으로 어른들 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마지막에 또 보자는 약속을 하며 잠시 헤어집니다. 둘의 사랑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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